포크록이 1960년대 청년들의 의식을 사로잡은 이유
밥 딜런의 노랫말은 하루살이 수준의 대중가요 가사를 성경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평가될 만큼 문학적으로도 뛰어난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대중의 새로운 감성을 자극하고 견인하는 데 기여했을 뿐 아니라 2017년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줄 만큼이나 독창적인 것이었습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60년대는 영국의 비틀스가 전 세계의 대중음악계를 사로잡았던 시기였죠. 하지만 60년대 음악계는 비틀스와 함께 밥 딜런의 시대로도 불립니다. 실제로 64년 비틀스가 처음 미국에 등장했을 때 비틀스 멤버들은 세상에 대한 깊이를 담은 밥 딜런의 가사에 매혹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20대 초반의 바가지 머리를 하고 양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비틀스는 사랑 노래 일색의 로큰롤 밴드였지만, 밥 딜런을 만나고 나서부터는 공공연히 밥 딜런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또 그의 음악에 영향을 받은 곡도 발표하기 시작합니다. 1965년에 발표한 앨범 Rubber Soul에 수록된 'Michelle'이라든가 'Girl', 'In MY life'같은 곡들은 밥 딜런의 포크 음악에 영향을 받은 곡들입니다. 초창기에는 기타를 치면서 전형적인 3 코드의 로큰롤을 하던 비틀스가 심도 있는 가사를 쓰는 데 노력하기 시작한 것이죠. 통기타를 들고 포크를 연주하던 밥 딜런 역시 일렉트릭 기타와 드럼 연주를 보면서 청년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비틀스의 감성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 결과 65년에 걸린 포크 음악제였던 '뉴포트 포크페스티벌'에서 밥 딜런은 통기타를 버리고 일렉트릭 기타를 들고 무대에 오릅니다. 그러자 포크 팬들은 포크의 순수성을 배신한 변절자, 포크의 배신자라고 비난하면서 돌을 던지며 밥 딜런 물러가라는 시위를 벌어기도 했습니다. 결국 밥 딜런은 제대로 연주도 못한 채 무대 밖으로 쫓겨났지만 이때부터 포크에 록을 절충한 포크록이 새로운 청춘의 음악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이 해프닝은 대중음악사에서도 유명하게 기억되고 있는 하나의 사건이지만 시대는 이미 그 이전부터 새로운 음악적 방향을 취하고 있었던 밥 딜런의 변신이자 새로운 시대적 감성의 도래를 예견하는 것이었죠. 다행히 밥 딜런의 변신은 성공적이었고 그것은 변화된 시대의 흐름을 잘 독해한 탁월한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밥 딜런의 변신 - 포크 록 시대
밥 딜런의 곡인 Like a Rolling stone은 포크 가수에서 록 스타로 밥 딜런의 이미지 변신을 완성시켰고요. 또 가장 영향력 있는 곡 중의 하나로도 오늘날까지 평가받고 있습니다. Like a Rolling Stone은 통계적으로 가장 많은 찬사를 받은 곡이기도 하고요. 또 롤링스톤지에서는 이 곡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노래 500곡" 목록에서 1위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이 곡은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와 '롤링 스톤스'부터 '더 웨일러스'와 '그린 데이'까지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커버하기도 했죠. 일반적으로 밥 딜런의 Like a Rolling Stone과 밥 딜런의 원곡에 일렉트릭 사운드를 섞어서 커버한 곡인 버즈의 Mr.Tambourine Man이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오르기도 하고 곧이어 Turn. Turn. Turn. 이 대중적으로 성공하면서 1965년은 바야흐로 포크 록의 시대를 열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여성 밥 딜런으로 불리기도 했던 존 바에즈도 이런 흐름에 동참했습니다. 이때가 바로 포크록의 전성기였죠. 60년대 초는 영국의 비틀스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대중음악계를 휩쓸면서 록의 예술적 지반을 확대해 가며 브리티시 인베이젼을 실현하고 있었고요. 또 민주주의 국가의 대표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운 미국이 극심한 인종차별주의를 시행하고 있던 가운데 63년에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사건으로 민권 운동 진영에도 극도의 좌절감이 번지고 있었습니다. 이때 밥 딜런은 정치적 행동주의를 포기하고 사회에서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그의 포크음악은 점차 저항성이 퇴색해버리면서 초현실적인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밥 딜런은 1960년대 포크음악이 민중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온 장본인이자 또 포크록을 개척한 선구자긴 했지만 흑인들이 부르던 민요의 성격이 강한 포크 블루스에서부터 로큰롤, 컨트리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뮤지션이기도 했습니다. 비틀스를 처음 봤을 때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한 적이 있었던 밥 딜런은 1971년도에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비틀스는 아무도 하지 않은 것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코드는 정말 도에 지나친 것이었지만 하모니가 그것을 타당하게끔 했다. ” “그러나 맹세하건대 난 정말 그들에게 빠졌다. 모두들 그들이 어린 10대를 위한 광대이며 곧 사라질 것이라고들 했다. ” “그러나 내겐 명확했다. 그들이 지속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난 그들이 음악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내 머릿속에는 비틀스가 전부였다. ” 밥 딜런이 통기타가 아닌 일렉트릭 기타를 잡고 포크록으로 자신의 포지션을 바꾸었던 것은 바로 이런 새로운 시대에 대한 감각과 의식의 작용 때문이었습니다. 그가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 무대에 전기 기타 들고 올라왔을 때 관중들은 “이건 포크 공연이 아니야. ”라고 야유하며 돌과 계란 세례를 퍼부었습니다. 밥 딜런은 포크 관객들의 비난과 야유로 껄끄러운 통과의례를 거치기는 했지만 곧바로 Like a rolling stone 같은 곡은 대히트를 쳤고요. 또 전기 기타와 드럼 소리가 결합된 밥 딜런의 포크록은 이후 대중음악 신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와 함께 존 레넌의 로큰롤과 밥 딜런의 포크록을 결합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했던 그룹, 버즈 역시 Mr. Tambourine man으로 대중들의 인기를 사로잡았는데요. 그러나 Mr. Tambourine man, 역시 밥 딜런의 곡이었죠. 당시 포크 록계 열 뮤지션치고는 밥 딜런의 곡에 손대 보지 않은 사람이 없었을 정도로 단숨에 포크록은 1960년대 대중음악 신의 주류로 부상했습니다. 1960년대 중후반을 강타했던 사이키델릭 록도 사실상 포크록에 영향받은 흐름이었습니다. 그러면 어째서 포크록이 이렇게 60년대 청춘들을 사로잡고 그들의 의식을 대변할 수 있었을까요?
포크록이 1960년대 청년들의 의식을 사로잡은 이유
비틀스가 밥 딜런에게 배우고 또 밥 딜런이 비틀스로부터 영감을 얻은 포크와 록의 결합은 시대와 세대를 견인할 수 있는 절묘한 계기를 형성했습니다. 록이라는 것은 원래 생태적으로 거리의 청춘에 의해 확립된 '청년 하위문화'의 표현입니다. 따라서 하이클래스나 인텔리겐차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지요. 또한 포크는 저항성을 견지하는 민중 음악이지만 음악의 주체나 주 소비자 층이 학생과 지식인 세력이었습니다. 성질상 비슷하면서도 걸어온 길이나 계급적 측면에서 엄연히 다른 것이었습니다. 밥 딜런이 오리지널 포크에서 퇴각해서 록으로 전향했던 것은 단지 추세에 편승한 것이 아니라 완전함을 향한 새로움의 절충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테면 시대와 사회와 현실에 대한 첨예한 문제의식을 담으면서 노동계급이나 민중의 근원적 반항을 한 데 엮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저항의 지반을 확대하고 또 그 음악을 듣는 수요자를 확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밥 딜런의 곡인 'Like a rolling stone'은 포크 지식인의 소리라기보다는 보헤미안적 정서의 노출로 파악해야 하지 않을까요? 당시 밥 딜런은 가치의 상대성을 신뢰하면서 제도권에 흡수되기를 거부하는 이른바 비트 세대의 의식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가 진보적 시인인 알렌 긴스버그와 교류하면서 개인 혁명에 골몰해 있었을 때가 바로 이 무렵이었습니다. 1960년대 중반 딜런의 음악을 가로지르는 것이 바로 비트 세대의 '보헤미안 정서'라 할 수 있죠. 스스로 록 세계로 이동하고 방랑적 지향을 설파한 것은 기성 질서를 깨부수는 데 목말라 있던 베이비 붐 세대들을 이끈 산교육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밥 딜런이 자신에게 등을 돌려버린 포크 근본주의자들의 수보다 훨씬 더 많은 팬덤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의식이 전제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음악적으로 밥 딜런의 창작성이 이때만큼 위력을 떨친 적도 없었습니다.
'포크 음악, 펑크 음악, 미국 음악 역사, 대중 음악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이키델릭 록의 특징과 배경 (0) | 2022.07.29 |
---|---|
90년대 한국의 펑크록 (0) | 2022.07.29 |
펑크로 보는 1990년대 미국 X세대의 정서 (0) | 2022.07.28 |
펑크록 밴드들의 저항정신 (0) | 2022.07.28 |
영국 펑크록과 영국 사회의 연관성 (0) | 2022.07.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