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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 음악, 펑크 음악, 미국 음악 역사, 대중 음악 역사

한국에서 포크운동의 몰락과 포크 음악이 던진 메시지

한국에서 포크 운동의 몰락과 포크 음악이 던진 메시지

한국에서 포크 운동의 몰락과 포크 음악이 던진 메시지
한국에서 포크 운동의 몰락과 포크 음악이 던진 메시지

1975년 5월 13일 긴급조치 9호에 따른 공연 활동 정화 대책이 발표되자 기존에 발매된 곡부터 최신곡에 이르기까지 모든 대중가요가 검열의 대상이 되면서 75년 그 해에만 무려 200여 곡이 금지곡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아침이슬'이 1975년 당시 예술문화윤리위원회에서 지정한 건전가요 리스트에 추천되었다가 한국방송윤리위원회에서 이미 금지한 곡이라는 것이 밝혀져서 뒤늦게 삭제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당시 한국의 청년문화였던 고고 춤, 장발족, 미니스커트 등도 퇴폐 풍조로 몰리면서 강력한 처벌 대상이 되었죠. 경찰과 젊은이들 사이에서 쫓고 쫓기는 진풍경이 속출하고 있었습니다. 명동 한가운데서 미니스커트를 단속하는 경찰관들을 피해 도망 다니는 청년들의 모습은 영화 '세시봉'에서도 잘 묘사된 적이 있었죠. 이장희, 신중현, 김추자, 윤형주 등 수많은 대중가수들이 대마초 혐의로 구속되는 동시에 수많은 노래들이 금지곡으로 지정되었습니다. 해방 이후에 태어나서 일본문화가 아닌 미국문화의 직접적인 세례를 받은 이 시기의 청년 가수들은 이제 대마초에 취한 반사회적 잉여인 존재로 낙인찍히면서 방송 출연은 물론이고 공연 활동조차 금지당하기 일쑤였죠. 꽃을 활짝 피우기도 전에 급격히 시들어간 한국 포크 음악의 자리를 대체했던 것은 윤수일, 최헌, 혜은이, 이은하 등으로 대표되는 트로트 록이나 디스코와 같은 통속성 짙은 대중가요였습니다. 김광석이나 시인과 촌장, 어떤 날, 장필순에 이르는 이른바 '조동진 사단'이라든가 김현식 등 철저한 자의식에 기반한 수준 높은 한국 포크의 부활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1990년대까지 가야만 했습니다. 김민기의 음악은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의 승리 이후 비로소 금지곡에서 해제되었습니다. 수많은 포크와 록의 금지곡들이 1987년 해금된 이후 여러 아티스트들에 의해서 리메이크되고 꾸준히 회자되면서 지금은 많은 사랑을 받는 노래가 되었는데요. 노래가 그만큼 좋았다는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과거에 '금지곡'이었다는 상징이 준 영향도 무시할 수 없어 보입니다. 발매했을 때보다 금지곡으로 지정된 이후에 오히려 더 인기를 끌었던 경우도 많았으니까요. 납득하기 힘든 사유로 행해졌던 '금지'가 역설적으로 '홍보'의 역할을 한 셈입니다.

미국의 음악계에서 밥 딜런

미국의 음악계와 학계에서 '밥 딜런 읽기'는 교양필수 과정으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밥 딜런은 록의 40년 역사에서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스, 롤링 스톤즈와 함께 최정상의 위치를 점한 가수이죠. 그의 가사는 그러나 때로는 메시지의 파악이 잘 안 되는 난해한 현대시와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밑줄 긋고 열심히 분석해도 명쾌하게 다가오지가 않거든요. 1960년대 밥 딜런의 곡이 연속적으로 발표되었을 때 미국의 각 대학의 영문과에서는 '밥 딜런 시분석' 강좌 개설이 유행했었습니다. 밥 딜런의 초기 곡으로 알려진 것은 그나마 메시지가 확연한 'Blowin in the wind'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1970년대 중반에 금지곡 태풍으로 반전 노래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역시 방송과 판매가 모두 금지된 적이 있었습니다 2005년 8월, 영국의 잡지 언컷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세상을 바꾼 가장 뛰어난 대중문화 작품'은 바로 밥 딜런의 노래였습니다. 최근 100년간의 음악, 영화, 책, TV 프로그램을 망라한 모든 대중문화 작품 중에 밥 딜런의 노래 'Like a Rolling Stone'이 1위를 차지한 것은 유명한 사실이죠. 그 이유로는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지친 삶을 다독여주는 시적인 열정 등 밥 딜런의 인간적인 매력이 많은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 같습니다.

청년을 통한 변화와 혁신

변화와 혁신으로 전 세계를 일깨운 스티브 잡스가 84년 매킨토시를 세상에 처음 소개하는 자리에서 밥 딜런의 곡을 들고 나와 화제가 되었던 곡이 바로 '시대는 변하니까'라는 밥 딜런의 노래였습니다. 밥 딜런의 이 곡의 가사는 64년에 쓰였고 스티브 잡스는 84년에 이 가사를 환기해 주었지만 2020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세계에서도 여전히 관통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사는 이렇습니다. “지금의 패자들이 곧 승리하리니 시대는 그렇게 변한다. 국회의원들아, 정치인들아, 우리들의 부름을 경청하라. 문을 막지마라, 홀을 차단하지 마라. ” “상처를 입은 것은 문을 잠그는 자들이다, 외부와의 싸움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머지않아 너희의 창문을 흔들고 벽을 두드리니. ” “시대는 그렇게 변한다, 지금은 느리지만 다시금 빨라지리니, 현재는 다시 과거가 된다. ” “세상은 빠르게 변해가고 지금 정상에 있는 자들이 곧 마지막이 되리니, 시대는 그렇게 변하는 것이다. ” 시대는 변하니까, 라는 밥 딜런의 가사인데요. 이렇게 시대는 늘 변화하기 마련이고 그 변화와 혁신의 흐름에는 항상 이렇게 청년문화의 역할이 컸다는 것을 포크 뮤직은 잘 보여주는 음악 장르인 것 같습니다.